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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전승

카이시넬의 오만

카이시넬이 지닌 오드에 대한 남다른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오드를 사용하는 것이 일차원적인 능력이라 한다면 카이시넬은 이미 한 차원이 다른 길을 앞서 가고 있었다.
그는 오드를 원하는 어떠한 형태로든 만들어 소환할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의 특권을 동경하는 자들이라면 매혹될 수 밖에 없는 특별한 힘이었다.
만일 카이시넬에게 지배욕이 한 방울만 더 흘러넘쳤다면 (이를 테면, 마계의 살육자 지켈과 같이) 그를 칭하는 표현이 공포의 주신 하나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카이시넬은 스스로의 지적 허기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던 자답게 다양한 정령 마법을 만들어냈고 또 쉽게 잊었다.
신의 언어로 적힌 마법서를 탐독한 정령성들은 데바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지식'에 이성이 붕괴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데바 중에서도 오드의 순환에 대해 특히 잘 이해하는 자가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 스칼로투스 비극의 단초가 되었다.

티플로스는 한 때 환영의 대신관 후보로 추앙받은 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탓인지 육감으로 오드를 받아들이고 정령을 다루는 능력이 특출났다.
그는 카이시넬과 독대를 함에도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고,
특유의 차분함과 총명함으로 카이시넬에게도 인정 받는 자였다.
어느 날 카이시넬의 대행자들이 모인 자리에서의 일이었다.
대행자들은 스칼로투스라 해석한 '정령의 부활'을 다루는 카이시넬의 마법을 두고 존폐를 논하고 있었다.
정령이란 형이상의 존재로 물질계에 귀속되지 않는다. 그들은 오드와 같이 비정형성을 띄고 있으며, 원소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본질에 가까운 존재이다.
당시 대행자들이 취합한 스칼로투스 해석본에 따르면 '정령에게는 죽음이라고 정의 할 경계가 존재하지 않고 무한히 순환한다. 이는 데바가 지닌 부활의 속성과도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영혼의 부활 술식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그 술식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생명체를 이루는 구성 물질을 '정신', '육체', '영'으로 나눈 후 소멸에 가까워진 존재의 영을 정령으로 대체한다. 정령의 영이 주입된 생명체는 자아는 없으나 강인한 영혼을 손에 넣게 되고, 이는 정령성의 소환수로써 사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스칼로투스가 악용 될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결국 본 마법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환영 등급의 봉인서로 지정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마족에 대항할 죽지 않는 군단에 대한 열망이 있던 환상의 레기온은 티플로스에게 접선을 시도했고, 티플로스는 술식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실험에 자진하여 참여하게 된다.

물론 그 결말은 익히 알려진 것과 같다.
천계의 한 마을은 지금도 민간 데바의 방문이 금지된 장소가 되었다.

일부 주신은 이 사고를 두고 카이시넬에게 책임을 물었으나, 카이시넬은 '육안이 멀었다 하여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은 진정으로 눈이 먼 자 뿐'이며 아둔한 자를 깨우치는 것이 자신의 일은 아니라 일축했다.
이 사건 이후로 스칼로투스는 카이시넬 스스로가 파괴했다고 전해지나, 혼란한 격전의 시기에 퍼진 사본의 진위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AION 2(EU) 클라이언트 데이터, 추출 2026-10-11. AION 2 © NCSOFT.